"월2백 이하 벌이,저공해부담까지 가혹"

[기획] 믹서 대여업자 뿔났다,"적정운송료·노동권·사회보험 보장을"

유영훈 | 기사입력 2018/12/21 [13:35]

"월2백 이하 벌이,저공해부담까지 가혹"

[기획] 믹서 대여업자 뿔났다,"적정운송료·노동권·사회보험 보장을"

유영훈 | 입력 : 2018/12/21 [13:35]
지난 20일 5천여명 서울역 집회시위
구시대적 도급노예 계약 거부 움직임

 
믹서트럭 대여사업자들이 화났다. 레미콘생산업체의 횡포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익으로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5천여명이 노예계약 등 관행 개선과 관련 법제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시위를 벌인 것. 벌이는 시원찮은데 저공해 책임까지 뒤집어써야 하는 정책,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본지가 그 외침을 추적했다. /편집자

 
△서울역 앞 5천명 집회시위=갑작스레 영하권으로 떨어진 가을 추위가 찾아온 지난 20일 아침 9시. 믹서트럭운송종사자 5천여명(주최측 추산)이 서울역 앞으로 모여들었다. 털모자와 장갑에 두툼한 점퍼를 착용한 중년의 남자들. 역 광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찼나 싶더니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회장 김진회, 이하 레미콘운송연) 깃발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온다.

사회자 김희기 사무총장의 고함이 울려퍼지나 싶더니 김진회 회장이 개회사를 시작한다. “우리는 그 동안 별 보고 출근해 달 보고 퇴근할 만큼 열심히 일해 왔지만 레미콘 생산업체와 건설사로부터 소외와 핍박을 받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레미콘운송연이 특수형태 노동자인 믹서트럭운송종사자(이하 믹서사업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며 집회시위를 벌인 것이다. △레미콘운반비 현실화와 분리지급 △노후 믹서트럭 폐차 및 신차구입 지원 △믹서트럭 총량제 도입 △책임보험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오후 요구 사항을 외치며 서울역을 출발해(숭례문→서울시청→광화문→내자동사거리→청운동 주민센터 거쳐) 효자동 치안센터로 가두시위를 벌였다. 요구안을 전달하려고 집행부가 청와대로 입장했고, 송재봉(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산하 사회조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문서를 넘겼다. 28일 현재까지 청와대 답변은 없다.


△믹서트럭 대여업계 적정운송비 요구=믹서사업자들은 적정 운송비를 요구하고 있다. 운송비가 턱 없이 낮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운송료는 1회에 4만원~4만3천원 수준. 거리와 상관없다. 유류비도 포함돼 있다. 하루 최대 운송 횟수는 4회 정도이니 16만원에서 18만원 정도가 하루 벌 수 있는 최대 운송료. 월 25일(실상은 20일도 어려움) 기준 한달 450만원 정도. 유류비와 각종 경비와 관리비(소모품 교체, 세금, 정비비 등)를 제하면 월 200만원을 밑돈다.

이런 실정은 설문조사를 봐도 분명하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이 믹서사업자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 운송횟수는 85.1회. 운송료 4만원으로 계산하면 340만원 수준. 경비·관리비를 빼면 연 2천만원 수준(월 평균 170만원)의 수입이다. 올 3분기 2인이상 50~59세 가구 월평균 소득 573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4인가구 최저생계비 월 189만원 보다도 적다.

하지만 건설공사 표준품셈에서 믹서트럭 하루 운송료는 기름값 포함 57만6천원. 레미콘운송연 한 관계자는 “정부 권장 품셈대로 운송료를 지급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지난해보다 인상해달라는 데 레미콘생산업체측은 전혀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20일 집회 뒤에도 적정 운송료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 경기 안양·군포·의왕 믹서사업자들은 지금까지도 운반비 인상을 촉구하며 단체행동을 진행 중이다. 26일부터는 사당·봉천·신림 등 건설 현장에 레미콘 물량을 보내지 않기로 결의했다. 레미콘운송연은 20일 전면 파업, 이후 준법운행(8시~17시)으로 올해 안에 운송료 협상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레미콘운송업계는 적정 운송비를 위해 운송비 분리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가격에 운반비가 포함돼 있는 데, 우선 관급공사부터 분리하자는 것이다. 2015년부터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집회에 참여한 경남의 한 믹서사업자는 “물가는 상승하고 유지비 등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한정돼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린다”며 “관급물량 만이라도 운반비를 분리해 그대로 믹서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600명 설문, 월수익 170만원 고작

 
운반비 분리지급에 레미콘생산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레미콘 생산과 운반을 분리하려면 현행 체계와 단계를 모두 바꿔야 할 뿐 아니라(하차도→상차도), 영업과 운반·타설에 따른 제반 품질관리 책임과 비용을 간과한 무리한 요구라는 것.

레미콘생산업계는 믹서트럭 운반비 인상도 반대한다. 건설경기 불황에 레미콘 출하량 감소를 이유로 든다. 경인 지역의 레미콘 출하량은 2015~2017년 3년 연속 증가 추세(5천776만8천178㎥→7천287만818㎥)였지만, 올해에는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레미콘생산업계의 이익은 늘었다. 3분기까지 보면 평균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일정 부분 개선됐다. 금융감독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3분기 9대 시멘트ㆍ레미콘사 중 7개사가 선방했다. 성신양회·유진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두드러진다. 당기순이익도 상승세. 유진기업(644.1%), 한일시멘트(373.3%), 동양시멘트(274.5%), 쌍용양회(80.6%) 등의 영업이익이 좋아졌다. 4분기에도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게 업계 전망.


△믹서사업자 노동권 보장=믹서사업자들은 노동권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에 속하기 때문. ‘독자적 사무실·점포·작업장이 없고 계약사업주에 종속돼 있지만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소득(수수료, 봉사료, 수당)을 얻으며, 노동 방법ㆍ시간을 본인이 결정하는’ 특수고용에 딱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믹서사업자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3권과 근로기준법 상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4대 보험 적용이 안 되고, 노조활동도 할 수 없다.

믹서사업자들은 본래 레미콘생산업체의 기사였다. 1990년대 이후 레미콘생산업체들이 차량을 개인에게 불하하며 기사들이 사업자로 믹서트럭을 운행하게 됐다. 레미콘생산업체에 종속돼 회사 이름이 적힌 차량을 운전하지만, 근로계약이 아닌 운송·임대차·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차량관리비, 안전사고 책임 등도 믹서사업자가 진다.

이에 믹서사업자들은 정부에 ‘특수고용’ 형태 노동권 보장을 요구해 왔다. 국회에 관련법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보니 믹서사업자들의 가입한 노조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단체교섭권도, 협상권도(레미콘생산업체나 건설사가 계약을 파기해도 법적 보호를 못받은), 단체행동도 불법이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특수고용 믹서사업자를 보호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내걸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올 1월 특수고용 노동권을 포함한 노사관계 법·제 개선 전문가위를 꾸렸지만 11개월이 다되도록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부여는 국정과제이고 전문가위가 세부 내용을 검토·수립 중이라며 안이 나오면 사회적 대화를 거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육길수 사무처장은 “노동권이 주어진다고 많은 것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단체협약으로 노동과 체불을 보호받고, 안전사고 보상도 받고, 해고(계약)도 마음대로 못하게 할 수는 있다”며 “그러려면 합법적 노동자 지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믹서사업자들은 노동권 확보로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적용도 받고자 한다.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으로 산재보험 의무가입이 가능해졌다. 지난 7월말에는 특수고용자의 고용보험 적용이 결정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만 의무화 되면 4대 사회보험 의무가입이 완료된다. 이 역시 지난 9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가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믹서사업자의 국민연금 가입 방안을 권고하면서 의무가입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특수고용’ 불인정, 노동권 보장 안돼

 
△믹서트럭운송 임대차계약 작성을=타 건기업계는 건설사와 임대차계약을 맺는 것과 달리 믹서사업자들은 레미콘생산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다. 이 계약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운송비와 무차별적 작업시간 등 불공정 계약조건들이 담겨있다. ‘하루 8시간’ 등의 작업기준이나 임대료 지급시기 등을 레미콘생산업체들이 맘대로 하고 있다. ‘갑’인 레미콘생산업체의 힘에 눌려 강제계약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10명중 8은 건기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 믹서사업자들은 가장 필요한 제도로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꼽는다.

레미콘운송연에 따르면, 믹서사업자들이 지금까지 레미콘생산업체와 맺어왔던 건 도급계약. 1회 운송비 얼마를 명시하고, 운송 요청시 즉시 작업할 수 있도록 대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야·새벽 가릴 것 없이 주문에 작업해야 한다. 가혹한 작업에 걸맞은 대여가격이라도 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다른 건기 기종 수익에 못미치는 벌이에 사실상 ‘고용계약’에 가까운 도급노예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동복 레미콘운송연 대외협력국장은 “그간 계약은 새벽이든 심야든 통보받으면 무조건 작업해야 했고, 특성상 대기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운송시간외 대여료를 못 받아왔다”며 “불공정 도급계약을 철폐하고 임대차계약서를 도입해 그간 빼앗겨 온 우리 몫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믹서트럭 총량제=믹서트럭은 2009년 덤프트럭과 함께 공급과잉에 다른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국토부 수급조절 대상으로 선정됐다. 수급조절위는 “공급과잉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출혈경쟁으로 영업 시장이 불안해지는 등 건설시장 불안정 요인을 해소하고자 신규 등록 제한조치를 실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급조절제 취지와 달리 믹서트럭의 영업용 대수가 2009년말 2만782대에서 2만2326대(올해 9월말)로 1544대나 늘었다. 업계는 “번호판 장사를 하는 일부 업자와 담당 공무원이 한통속이 돼 자가용을 영업용으로 둔갑시키는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라 유추했다.

영업용만 는 게 아니다. 자가용은 더 늘었다. 레미콘생산업체들이 자가용을 늘린 것. 2009년 2254대던 자가용이 올 9월말 기준 4520대로 2266대가 증가했다. 100% 증가율이다. 대여업계는 레미콘생산업체가 자가용으로 영업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하고 있다. 이은동 레미콘운송연 법률지원실장은 “영업용 자가용 구분 없이 등록대수를 제한하는 총량제 도입과 자가용 영업행위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세먼지 저감책임, 모두 사업자부담

 
△이밖에 믹서사업자들의 요구=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법제 마련에 나서며 노후 믹서트럭의 관급공사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믹서사업자들은 규제만이 아닌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노후 건설기계 사용시 저공해 조치(매연저감장치(DPF) 부착, 신형엔진교체 등)가 의무화된다. 믹서트럭(펌프카·덤프 포함) 중 2002년 6월 30일 이전 제작 차량은 저공해 조치(지게차·굴삭기는 2004년 12월 31일 이전)를 해야 한다. 환경부는 우선 수도권에서 시행하는 100억원 이상 관급공사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믹서사업계는 저공해 조치시 장비 출력 및 연비 저하가 유발될 뿐 아니라 사후관리 비(청소비용 30~70만원, A/S기간 만료시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 업계는 ‘저공해 조치 무상 사후관리 및 보상’과 ‘조기 폐차 지원’, ‘신차 구입시 저리의 할부 이자 및 취등록세 면제’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주 5일제(토요휴무제)도 믹서사업자들이 요구한다. 수도권 동북부권 레미콘공장부터 지난 10월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내부 찬반이 엇갈려 일단 유보했다. 내년부터 격주 토요일 휴무 가닥이 잡혔다. 그나마도 지역별 이견이 있어 막바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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