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등 소형에서 타기종 중대형으로

[기획] 커 가는 건기렌탈, 일감 줄며 자본중심 고효율화 바람

건설기계신문 | 기사입력 2018/12/28 [10:38]

굴삭기 등 소형에서 타기종 중대형으로

[기획] 커 가는 건기렌탈, 일감 줄며 자본중심 고효율화 바람

건설기계신문 | 입력 : 2018/12/28 [10:38]
미국 일본 등 ‘규모의 경제’ 속으로
상생 정책과 업계 자구책마련 시급

 
건기 렌탈이 대여업계를 파고든다. 굴삭기와 지게차에서 출발해 여타 기종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도시 유지관리시대 소형 중심으로 재편되며 고도의 조종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분야에서 더 빠른 확산세를 보인다. 전통의 대여업계 반발이 불보듯 하다. 우버 등 선진국 택시 공유서비스 논쟁에서 보듯 정부의 공존·균형 정책이 절실하다. 업계의 현명한 대처도 필요해 보인다. 본지가 그 현황과 전망을 모색했다.
 
△대여시장 잠식하는 건기 렌탈=20여년 건기대여업을 해온 강호원(가명·48)씨. 최근 렌탈사에서 공삼굴삭기 1대를 빌렸다. 공육굴삭기 1대로 대여업을 하는데, 일감이 없어 가동 일수가 줄었다. 수입감소를 메우려 다른 규격의 건기 한대를 렌탈한 것. 수천만원 건기를 구매·관리하는 부담을 줄일 속셈도 있었다. 해당 건기 임대수익의 1/3은 렌탈사에 줘야 하지만, 일 없이 노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경기도 한 주택 공사현장. 굴삭기 6대가 작업중이다. 1대는 자가용, 5대는 영업용. 영업용 중 2대가 렌탈이다. 하도급사가 빌린 것. 소형인데 자재 이동과 조경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소형면허 조종사를 구해 일을 시킨다. 필요한 날만 기계와 조종사를 구하면 돼, 임대와 인력 관리가 손쉽다고 한다.

부산에서 지게차 렌탈업을 하는 이진석씨(가명·41). 15대를 항만과 물류현장에 빌려주고 있다. 3톤 지게차 한 달 렌탈비는 80만원선. 8대가 투입된다. 인건비·유류대 등이 없어 유지관리비와 감가상각을 뺀 대부분이 순이익. 정비도 직접해 비용도 절감한다. 그는 부산에 대형 정비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내년에 지게차를 더 늘릴 계획이다.

건기 렌탈을 계획하는 금융사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월 온라인 건기매매업체인 공사마스터와 업무협약을 맺은 하나캐피탈이 그 주인공. 하나금융이 100% 출자한 자회사다. 현재는 공사마스터를 통해 거래되는 중고건기의 매매에 하나캐피탈의 금융상품(저리 매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도지만, 조만간 건기 렌탈에도 본격적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이사는 “향후 공사마스터 전용 상품 출시 및 건설장비 렌탈 사업까지 협업을 확대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하나캐피탈의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기 렌탈 현황=건기렌탈이 기종·규격을 넘어 확대되는 추세다. 지게차와 소형굴삭기에 국한돼 있었지만, 이제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경기도의 한 건기 렌탈사는 현재 250여대 렌탈건기를 보유하고 있다. 40%는 지게차, 30%는 소형굴삭기, 20%가 중대형 굴삭기, 10%가 기중기와 로더. 지게차와 소형굴삭기 비중이 높지만, 중대형과 여러 기종으로 넘어서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소형굴삭기에서 중대형 굴삭기와 기중기·로더 렌탈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렌탈사의 모습은 여러 가지. 소형굴삭기 렌탈은 건기수입판매사들이 주도한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추가 투자를 줄이는 이점 때문. 도시재생사업 확대에 따른 소형굴삭기 수요의 증가, 농업 수요 확대 등이 소형굴삭기 렌탈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수입건기업체 관계자는 “건설사와 일부 건기대여업자의 렌탈이 느는 추세”라며 “건기렌탈 수익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과 굴삭기 외 기종의 경우 건기 수출·매매상사의 렌탈업 진출이 늘고 있다. 보유한 건기를 렌탈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매입한 중고건기 매매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손실을 줄일 방편으로 렌탈을 하는 것. 보유하지 못한 규격기종 건기를 빌려 소익을 올리려는 대여업자들과 대여업계의 장벽을 우회하려는 건설사들의 렌탈수요 증가로 중대형건기의 렌탈이 확대 중이다.

인천에서 건기 렌탈을 겸하는 한 건기 매매상사 대표는 “중대형 굴삭기도 렌탈이 가능하다고 대여업자에게 소개하는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한번 렌탈을 해본 분들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고 말했다.

건기 제조사들의 렌탈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인 건기대여단체들이 저지하고 있어서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렌탈사업을 하다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바 있던 한 건기 제조업체는 “대여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렌탈을 축소해왔다”며 “소규모 운영 또는 공사수주에 의한 자가 작업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게차의 경우도 굴삭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형 렌탈 비중이 높고, 중형과 대형은 좀 낮은 편. 특히 전동지게차 렌탈이 급격하게 늘었다.

건기 렌탈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 전통 건기대여(조종사 포함)와 달리 건기만 빌려 주기에 그렇다. 시장통용 렌탈가격을 살펴보면, 3톤 미만 굴삭기는 하루 15~20만원(월 130~180만원), 공육굴삭기는 25~30만원(월 300~350만원), 공팔굴삭기는 35~40만원(월 400~450만원) 수준. 지게차는 월 80~100만원, 유압기중기는 월 400~500만원 수준.

렌탈이 가장 활성화 돼 있는 굴삭기의 경우 대여업계가 추산하는 렌탈시장 비중은 20%~30% 정도. 건설현장에 투입돼 작업을 하는 대여굴삭기 10대 중 2~3대 정도로 보고 있다.

 
판매·중고매매업계 시작, 전분야로

 
△건기 렌탈이 느는 이유=늘어난 중고건기가 렌탈시장 확대를 부추기는 건 확실하다. 일감이 없어 중고건기 매매가 원활치 않다보니 렌탈건기로 탈바꿈하는 것. 렌탈사들은 건기 매매업과 대여업 자격을 갖추고 가변적으로 사업을 벌인다. 팔리지 않는 중고건기를 놀리는 게 손해라 여겨 렌탈로 추가 이익을 창출하는 것.

신제품 판매 딜러들도 중고 매매업자들과 유사한 처지. 신제품 판매(대차)를 위해 중고건기를 사들이지만 거래가 안 되니 문제. 처분이 여의치 않자 결국 렌탈을 시작한 것. 렌탈이 보편화 한 일본이 앞서 이런 순서를 밟았다.

1990년 2조엔대 건기 판매(일본건설기계공업협회 자료)로 최대 호황기를 누렸지만 2001년에는 절반 이하인 8천억엔 수준으로 급감했다. 넘쳐나는 재고와 중고건기는 동남아 수출로 이어졌고, 일부 제조·판매사와 딜러들은 렌탈업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대형자본이 렌탈에 참여했고, 경쟁에 밀린 영세대여업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장인섭 건설기계안전기술연구원 본부장은 “일본 건기시장이 2000년대 초 지금 국내시장과 비슷했다”며 “당시 한 대형 건기제조사가 렌탈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렌탈로 매년 6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건기 렌탈이 대여업계를 파고든다. 굴삭기와 지게차에서 출발해 여타 기종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도시 유지관리시대 소형 중심으로 재편되며 고도의 조종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분야에서 더 빠른 확산세를 보인다. 전통의 대여업계 반발이 불보듯 하다.    © 건설기계신문


렌탈건기의 수요증가도 렌탈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건설사의 경우 비용절감·관리편의를 위해 전통 임대 보다 렌탈을 선호한다. 임대업계의 여러 요구로부터 자유롭기 때문.

건기 기술발전으로 소형건기의 작업 능률이 오른 것도 건설사의 렌탈선호를 부추긴다. 소형건기로 중형의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 서울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소형건기가 중대형건기 작업을 돕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중형의 웬만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빌려 대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점도 렌탈 수요증가로 이어진다.

건기 한 대 가격이 수천만~수억원에 이르다 보니 영세 대여사업자에게 사업확장을 위한 건기 추가구매는 큰 부담. 건기 한 대를 1년간 유지관리 하는 데 비용만 해도 1천만원 수준(보험, 소모품 교체, 수리비, 감가상각 등). 렌탈엔 그런 지출이 없다.

소형건기 조종사 자격을 쉽게 딸 수 있도록 한 것도 건기렌탈 증가의 한 요인. 3톤미만 소형건기는 12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조종이 가능하다. 지난해 노년층 7천여명이 ‘제2의 인생’을 위해 소형건기 조종자격을 취득했다는 정부 통계도 이를 반증. 조종 장벽이 낮은 만큼 건기 렌탈이 자유롭다.

건기 렌탈사들의 수익 증대도 한 요인. 건기 렌탈이 이제 부수적 사업이 아닌 수익담보 사업이라는 것. 국내 한 건기 수입·판매업체의 설명에 따르면, 렌탈 수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건기 렌탈 매출은 10억원 수준. 첫해 1억원의 10배다.

 
렌탈해 대여사업 하는 이들도 늘어

 
△건기 렌탈 확대 가능성 커져=앞으로 건기 렌탈이 더욱 확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전망이다. 직접 조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스마트 건기’의 출현, 자본 중심의 이른바 ‘규모의 경제’ 추세, 건기관련 온라인 플랫폼의 확대가 건기 렌탈을 가속화 할 것이란 예측.

조종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스마트건기 출현은 건기 렌탈의 생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건기(기술) 중심의 시장화이다. 일본에서는 스마트건기 렌탈이 상용화 수준.

렌탈사 ‘액티오(AKTIO)’는 최근 원격조종 무인 굴삭기 렌탈을 시작했다. 건기에 로봇이 탑재되고, 사람은 원격으로 조종 로봇을 제어하도록 한 것. 시공 품질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이 회사는 자랑한다.

무인 건기는 또 재해발생시 사람이 출입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향후 원자력 발전소의 폐로 등에 그 쓰임새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액티오측은 앞으로 건설 현장 등을 중심으로 3D관련 작업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일손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무인 건기렌탈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 건기 렌탈사도 등장하고 있다. 규모와 전문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대여업자들이 한두 대 건기로 직접 조종해 사업하는 것과 달리, 전문 렌탈사들은 수십대에서 수백대의 건기로 영업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로 사업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거기에 전문성도 갖췄다. 모든 어태치먼트를 보유하고 있고 전국 어디든 건기를 운송해 준다. 정비팀까지 갖춰 소모품 교체와 정비를 신속하게 시행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 온라인과 언론 홍보에도 앞서고 있다.

기존 건기 대여시장의 붕괴도 건기 렌탈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영세한 대여업자는 도태되고, 규모가 큰 렌탈사가 영역을 넓혀가는 것. 미국이 그 대표적 사례. 2004년부터 매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일감이 대형렌탈업을 키웠다. 건기 일감정보 제공 매체인 머시너리아웃룩(Machinery Outlook)에 따르면, 2005년 23만대의 건기수요가 2009년 7만대로 떨어졌다. 이후 미국 건기대여 시장은 대형 렌탈사와 제조사가 주도하고 있다.

제조업계 중심의 건기 조종사 양성도 렌탈 확대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중대형 건기대여업계가 지금까지 건기렌탈 확산을 선방해온 건 높은 조종기술력 때문이었다. 아무나 조종석에 오를 수 없다는 제약이 뒷받침했던 것. 하지만 최근 건기 제조업계가 조종사 양성에 대여업계 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중이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원장 윤종구)이 최근 조종사 양성과 재취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대건설에서도 건기조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규제정책 절실, 대여업 자구책 필요

 
△건기렌탈과 건기대여업계의 미래=건기렌탈의 급속한 시장침투에 맞서 전통의 건기대여업을 보호하는 상생균형의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유사업종인 택시업계에서 그 예를 유추할 수 있다. 공장·개인택시가 이른바 ‘카풀’을 놓고 시끄러운 모습과 흡사하기에 그렇다. 모바일 공유차 서비스가 택시업계를 해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기존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

공유차 서비스 진영은 요금이 저렴하고 소비자편의를 증진시킨다는 논리로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공유차 서비스는 선진국에서 들어온 개념. 그들도 앞서 진통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공존. 기존사업자들을 보호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가능토록 하자는 나름 합의에 이른 것이다.

미국 뉴욕시는 최근 ‘우버’ 공유차량 신규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빌 더블라지오 시장의 허가로 2015년 사업을 시작했는데, 1일 사용자가 택시에 비해 40%이상 많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택시기사 자살 등 사회문제로 번지자 뉴욕 시장은 양조절로 공유차·택시의 공존 정책을 내놨다. 또 우버 면허시험제로 장벽을 높였다. 프랑스도 우버 기사를 하려면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운 산업이 생김으로써 발생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정 부분의 이익을 공유하는 체제를 정부가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도 절실해 보인다. 자신들의 부가가치(조종기술 임금 인상)를 높이고, 정부의 지원정책(렌탈 진입 제한, 수급조절 등)을 이끌어내며, 나아가 공유경제(협동조합) 등을 통해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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