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對한국 수출규제 뒤 소매·관광 업계 아우성, 日지역경제 침몰

정현숙 | 기사입력 2019/10/13 [23:57]

일본 對한국 수출규제 뒤 소매·관광 업계 아우성, 日지역경제 침몰

정현숙 | 입력 : 2019/10/13 [23:57]

일본 수출규제 조치 100일.. 한국은 일본에 비해 "영향 크게 받지 않아" 

9월 일본 맥주 700만 원어치 수입 판매대에서 99.9% 줄어 초토화

일본차, 9월 1103대 수입.. 지난해 9월 대비 59.8% 급감

지난달 4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카운터가 일본행 항공기 수속 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숙박 직격탄 생산유발 효과액 日3537억원↓· 韓 399억원↓.. 일본 피해 9배 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가지의 수출을 규제한 지 10월 11일 날짜로 100일째를 맞았다. 그러나 당초 우리 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초반 우려와는 달리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히려 일본이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일본 제품 보이콧 운동이 계속 이어지면서 관광업계와 도소매업이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3개월이 지나도록 예상보다 큰 타격 없이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노재팬, 일본 보이콧 불매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지 않습니다"로 상징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현재까지 꾸준히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일본의 반성이 없는한 계속 되어야 한다는 중론이 나온다.

 

과거에는 아사히 맥주로 우리나라 수입맥주 시장을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일본 맥주 판매량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달 일본맥주 수입액은 6000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700만 원어치가 수입됐다. 거의 초토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수입액 99.9%가 줄었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로 일본 수입차, 한국 판매는 지난달 1103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9.8% 급감했다. 일본산 제품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일본 관광업계다. 올해 여름철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일본의 경제적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비교해 최대 9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 나라별 순위를 보니까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2위였다. 특히 한국 관광객들은 다른 나라 관광객들과 달리 대도시보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즐겨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인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도시가 많았다.

 

일본 지역 공항이나 여객선터미널 중에서는 한국 정기 노선만 유일하게 운영하는 국제선인 곳도 많았다. 바로 대표적인 곳이 다케시마로 불리는 대마도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대마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7월 40% 줄었고 8월에는 80% 급락했다.

 

거의 안 간다는 이야기다. 대마도 시청은 일본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마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일본 지역 상당수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양국 관광교류 위축에 따른 일본의 생산유발 감소액은 35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8월 1조3186억원에서 9649억원으로 줄었다. 생산유발 효과액이란 한일 여행객 규모와 지출에 따라 각국 산업에 미치는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를 금액으로 추산한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업은 1188억원, 음식서비스는 1019억원, 소매는 771억원씩 각각 감소했다. 

부가가치 유발액 감소는 일본이 1784억원으로 한국 54억원의 33배였다. 지난해 6557억원에서 4773억원으로 줄었다. 업종별로 숙박업은 532억원, 소매 471억원, 음식서비스 462억원씩 감소하며 타격을 입었다. 취업유발인원은 일본은 2589명 감소했지만 한국은 272명 증가했다. 

"한국 정부서 일본 못 가게 하나?".. "문재인 정권 끝나야 일본 관광객 는다"

일본인들은 일본의 관광객 급락에 한국의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린다고 했다. "그전의 여자 대통령일 때가 좋았다"며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야 일본 관광객이 는다"는 논지를 피고 있다고 11일 아시아경제가 보도했다.

 

다음은 이 매체의 일본 관광지 르포 일부를 발췌해 올렸다.

 

"한국 정부에서 일본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나요?" 일본 최대 온천 호텔의 홍보 담당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불쑥 물었다. 그는 한국 관광객 감소 원인을 양국 간 갈등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관광객 숫자가 급감한 배경이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이라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 후 100일, 일본의 대표 온천 도시 벳푸(別府)는 한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지난달 28일 찾은 벳푸역과 시내 상점가는 한산했고, 가게는 문을 닫은 곳이 태반이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평소 한국 단체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줄지어 서 있던 역 앞 주차장 역시 텅 비어있었다. 한 상점가 직원은 "한국 관광객을 못 본 지 몇 주 됐다"며 "일본은 좋은 나라인데 한국 사람들, 한국 대통령이 기가 좀 센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의 불안은 이미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벳푸와 유후인이 위치한 오이타현 관광통계에 따르면 8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31.7% 줄었고,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6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전체 외국 관광객 중 한국이 71.6%를 차지했던 반면 8월엔 21.1%에 그친 것이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한국인 관광객이 사라지자 타격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이 됐다.

 

텅빈 관광지.. "추석 때 한 팀도 없었다" 

 

일본 최대 온천 호텔인 벳푸 스기노이 호텔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호텔 관계자는 "12~2월, 그리고 9~10월 추석 연휴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는데, 올해 추석 땐 1팀도 없었다"며 "이 상태로 갈 경우 연말 한국인 관광객 공백을 대비해 내국인 유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벳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온천도시 유후인. 한적하고 조용한 휴양지로 한국에 알려지면서 단체는 물론 개인 관광객이 몰려들던 도시엔 정적이 흘렀다. 시내 상점가 초입엔 폐업한 가게가 눈에 띄었고, 거리는 한적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다는 캐릭터 기념품 가게 직원은 "7월 전후로 매출이 70~80%가 줄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지에선 한국 관광객 감소가 언제쯤 해소될 것으로 예상할까? 유후인 상점가 직원은 곧장 "문재인 정권이 끝나면"이라고 답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문제의 원인을 아베 총리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으로 보고 있었다.

 

현지 택시기사 히구마 씨는 기자에게 먼저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앞으로 2년 정도 남았죠?"라고 물은 뒤 "한국인 관광객이 다시 오는 건 2년 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베 정권이 중간에 입장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지지율이 높으니 그럴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일부 주민은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자 전임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벳푸에서 만난 상점 직원은 "여자(대통령)일 때가 더 좋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고, 유후인 상점가 직원 역시 "박근혜(전 대통령) 때가 더 좋았다. 그 사람은 친일(일본과 친한 사람)이었잖느냐"고 답해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했다.

 

반면 취재 중 만난 유후인 상점가 직원 야야 씨는 "갈등의 원인은 아베 총리"라며 "아베 총리가 문제가 많으니까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진행된 것)"라고 지적했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다고 밝힌 그는 "친한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일본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아베 정권의 조치 이후 일본 제품을 사고, 일본 여행을 가는 걸 한국에서 꺼려하는 것 같다"며 불매운동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한국 타격으로 아베 미묘한 입장 변화.. 민간교류 명분 찾기에 나서  

 

아베 정부는 당초 줄어드는 한국인 관광객은 중국 또는 다른 외국 관광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 또한 서일본 경제가 휘청이자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4일 아베 총리가 먼저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면서 관계 개선 신호를 보냈고,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은 지난달 28일 한·일 축제 한마당에서 "정부 간 문제가 생기더라도 민간교류가 활발하다면 양국의 우호 관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수출규제 조치 후 100일. 오는 12월까지 한국인 예약자가 모두 빠져나갔다고 밝힌 유후인의 료칸 사장 하야시 씨는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갈등은 정부에서 비롯됐지만, 한국과 일본은 오랜 이웃나라"라며 "민간의 관계는 한 번 끊어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오해를 풀고 (한국 관광객이) 다시 일본을 찾아와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11일 아시아경제 르포 사진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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