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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갑수의 산이야기 일곱번째 [ 명지산 명지계곡 ]
산 높으 니 골 깊더라
 
  기사입력  2004/07/02 [14:14]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가평행 직행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서울을 빠져나간 버스가 구리와 남양주를 지나 마석에 이를 때까지도 도회지의 분위기를 지울 수 없습니다. 공룡이 되어버린 수도권의 답답함 그대로입니다. 그러다가 북한강을 만나면서부터 답답했던 가슴이 확 풀립니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경춘가도에서는 북한강의 호젓함이 배어나옵니다.
북한강의 너런 수면 위로 아침안개가 신비감을 더해줍니다. 가평에서 명지산 가는 길에서 만난 가평천이 맑고 깔끔합니다. 곳곳에 소와담이 만들어지다가 여울이 형성되기도 한 계곡은 주변의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룹니다. 그것도 산으로 첩첩이 둘러쌓인 심산유곡(深山幽谷)입니다. 맑은 물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30km를 이어가는 가평천은 명지산과 연인산, 화악산과 애기봉 등 경기도의 지붕 같은 산이 만들어 내는 물줄기가 모여 이룬 큰 내입니다.
익근리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가 금방 무더위를 잊게 해줍니다. 계류는 암반 위로 물보라를 이루며 흘러가고, 색깔은 맑다 못해 옥빛을 띱니다. 휴가를 내고 온 평일산행이라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인공적인 요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울창한 원시림이 신선하고, 물소리 청량한 익근리계곡이 그윽합니다. 이렇게 혼자 걷는 산행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지금의 ‘나’는 숲이나 계곡과 똑같이 자연속의 하나의 요소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참 나’가 있습니다.

제2의 천불동, 익근리계곡
혼자 놀기에 적적했던지 다람쥐가 내 앞에서 재롱을 피웁니다. 계곡은 곳곳이 폭포요, 소(沼)입니다. 물줄기는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바위를 넘거나 에돌아가다가도 절벽을 만나면 훌쩍 뛰면서 폭포를 만들고, 그리고 나서 힘이 들면 소와 담을 이루어 잠시 쉬었다 갑니다.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것이야말로 어설프게 손댄 인공적인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가을에 한 번 더 오세요. 명지산에 단풍이 들면 정말 좋아요.”
멀리 광주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가을 명지산을 자랑하던 택시기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계곡 주변으로 신갈나무, 단풍나무 등 활엽수가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말입니다.
주등산로에서 잠시 벗어나 명지폭포로 가파른 길을 내려섭니다. 협곡을 통하여 7~8m 높이로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가 우렁차다 못해 웅장합니다. 남성적인 기개가 넘치는 명지폭포는 새파란 빛깔이 날 정도의 깊고 큰 소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폭포 앞에 서 보니 흐르던 땀이 금방 식어버립니다. 깊숙한 협곡에 자리잡아 음습한 분위기마저 흐릅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가끔 앞이 트이면 멀리서 명지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올라갈수록 계곡은 더욱 빼어남을 과시합니다. 이렇게 맑은 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명경지수는 암반을 넘으면서 수만 개의 투명한 구슬을 만듭니다. 익근리 계곡만 떼어놓고 본다면 제2의 천불동계곡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런 풍경을 두고 계속 걷기만 하는 사람은 감성이 무딘 사람입니다.
계곡가에 앉아 아름다운 계곡의 모습에 취해봅니다. 눈을 지그시 감으면 내가 하늘나라의 신선이 된 것 같고, 눈을 뜨고 계곡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무친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물소리와 매미소리가 조화를 이루던 음률은 점차 매미의 독주로 바뀝니다. 점차 계곡이 멀어지면서 경사가 급해집니다. 물소리마저 그쳐 버린 숲 속은 적막합니다. 적막한 분위기를 잔대와 이질풀이 예쁘게 꽃을 피워 보완해 줍니다.
정상에 서자 시원한 전망하며 가을 날씨 같은 청명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지산의 정수리를 차지한 바위가 사방으로 시야를 트이게 해주고, 비가 개인 지 얼마 안 된 맑은 날씨가 평소에 보기 힘든 청명함을 보여준 것입니다. 명지산은 산 많은 경기북부와 강원도 영서의 한 중앙에 자리 잡아 경기도 일원의 사은 물론 강원도 영서지방의 웬만한 산까지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경기ㆍ영서지방 산줄기 바라보는 전망대
가평천을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석룡산, 화악산(1,468m), 애기봉(1,05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가깝게 다가오고, 그 뒤로 응봉(1,436m)이 서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국망봉(1,168)을 지나 백운산(904m), 광덕산(1,046m)으로 뻗어 가는 산줄기가 첩첩합니다. 광덕산을 넘으면 강원도 철원이고, 여기에서 북한 땅이 멀지 않았습니다. 광덕산 서쪽에는 명성산(923m)이 우뚝 서 있습니다.
그러니까 광덕산과 명성산은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중에서는 휴전선에 가장 근접한 산인 셈입니다. 북쪽을 바라보며 휴전선을 넘어 자유롭게 백두산을 갈 수 있고, 묘향산ㆍ칠보산을 오를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봅니다.
한편, 국망봉은 줄기를 남으로 뻗어 강씨봉(830m)과 청계산(849m)으로 고도를 낮추었다가 운악산(936m)을 속구칩니다. 명지산은 강씨봉과 청계산 사이에서 동쪽으로 뻗어 귀목봉(1,036m)을 만들고는 남동진하다가 1250봉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명지산을 힘차게 들어 올렸습니다. 이렇게 하여 건너편으로 보이는 화악산이 경기도의 제1봉이 되고, 명지산은 제2봉이 됩니다.
서쪽 저 멀리 동두천 시내와 소요산(532m)이 선명하게 바라보이고, 북서쪽으로는 임진강 주변의 들판이 드넓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남서쪽으로 내려와서는 서울 근교의 불암산(508m), 수락산(638m)과 도봉산(740m)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북한산도 어렴풋한 윤곽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는 첩첩한 산줄기가 이어지면서 유명산(864m), 용문산(1,157m)이 뚜렷합니다. 강원도 춘천과 홍천 근처의 여러 산들도 모습을 드러냄은 물론입니다. 가깝게는 아침에 출발했던 익근리를 비롯한 가평천이 발 아래로 내려 보입니다. 춘천의 삼악산(654m) 너머로 의암호수도 살며시 고개를 내밉니다. 산 높고 골 깊은 명지산은 밝은 햇살과 짙푸른 녹음이 대비되면서 풍요로와 보입니다.
1,250봉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원시림이 숭엄합니다. 가끔 수명을 다한 고목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질풀이 길가에 도열하여 숭엄한 원시림에 아기자기한 멋을 더해 좁니다. 가끔 만나는 전망대 바위에 서면 서쪽의 청계산-강씨봉-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너머로 포천과 연천 쪽 들판이 가슴에 안겨옵니다.
1199봉에서 아재비고개로 가라앉았다가 철쭉으로 유명한 연인산(1,068m)을 속구친 산줄기가 남쪽으로 이어집니다. 1199봉에서 연인산으로 연결되는 산줄기는 조종천을 사이에 두고 청계산, 운악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남서쪽으로 뻗어갑니다. 조종천 최상류에 있는 상판리 귀목마을과 조종천이 내려다보입니다.
나는 여기에서 아재비고개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버리고 귀목고개로 통하는 길을 택합니다. 철쭉나무와 단풍나무가 많은 능선을 걷습니다.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전혀 들리지 dskg는 고요한 숲길입니다.
귀목고개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오는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란 활엽수들이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휘파람을 불며 내려가는 내 가슴에 물소리가 안겨옵니다. 그동안 흘렸던 땀방울이 금방 씻겨지는 것 같습니다. 마을 근처까지 내려오니 제법 수량도 많아져 계곡으로서의 위용을 갖추었습니다. 조종천입니다.
조종천은 청평에서 북한강에 합류될 때까지 39km를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면서 흘러갑니다. 조종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은 내 중의 하나로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수도권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조종천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자연을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는 관계로 여길 때, 자연도 살고 인간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버스는 어느덧 현리에 도착해 있습니다.

* 산 행 코 스
ㆍ제1코스 : 익근리(20분) → 승천사(50분) → 계곡 갈림길(1시간 20분) → 화채바위(40분) → 정상(40분) → 1250봉(20분) → 1199봉(50분) → 귀목고개(50분) → 상판리 버스종점 (총 소요시간 : 6시간 50분)
ㆍ제2코스 : 익근리(20분) → 승천사(50분) → 계곡 갈림길(1시간 20분) → 화채바위(40분) → 정상(1시간) → 계곡 갈림길(50분) → 승천사(20분) - 익근리 (총 소요시간 : 6시간 20분)
ㆍ제3코스 : 상판리 버스종점(1시간 20분) → 아재비고개(50분) → 1199봉(20분) → 1250봉(40분) → 정상(30분) → 화채바위(50분) → 계곡 갈림길(50분) → 승천사(20분) - 익근리 (총 소요시간 : 5시간 40분)


* 교 통
ㆍ서울에서 구리, 남양주를 지나는 46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가평에 이른 후, 363번 지방도로를 타고 40분 정도 달리면 명지산 입구 익근리 주차장에 닿는다.
ㆍ동서울버스터미널(06:00∼21:20)이나 상봉버스터미널(05:20∼21:30)에서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춘천행 시외버스 이용, 가평에서 하차한다. 가평에서 1일 5회(08:50, 11:00, 14:30, 16:30, 19:20) 운행하는 용수동행 버스를 이용하여 익근리에서 내린다.
ㆍ상판리는 상봉터미널에서 50분 간격(07:00∼20:20)으로 운행하는 현리행 버스를 이용하여 현리에서 하차한 후, 현리에서 1일 12회(07:00∼20:20) 운행하는 상판리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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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7/02 [14:14]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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