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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찬란 내장산·백암산 단풍물결 따라
[호남정맥 20] 추령-밀재
 
강민   기사입력  2011/05/04 [13:04]
단풍의 붉은빛과 은행나무의 노란빛이 장성호의 잔잔한 물결을 붉고 노랗게 물들인다. 주렁주렁 달린 빨간 감이 풍성하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백양사 입구를 지나 호남정맥이 지나는 감상굴재로 올라선다. 고개를 넘어서면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이다. 복흥 땅은 그 동안 비탈길을 올라온 것이 무색할 정도로 완만하다.
 
추수 끝난 들판은 텅 빈 채 겨울 맞을 채비를 서두른다. 땅에게 겨울은 휴식이면서 내공을 기르는 기간이기도 하다. 겨울에 길러진 내공은 봄의 생명력으로 부활한다. 추령으로 통하는 단풍나무 가로수가 가을 정취를 고조시킨다. 해발 380m에 이르는 추령이지만 순창군 복흥면에서 접근하는 도로에서는 경사가 거의 없다. 반면 추령에서 정읍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갈지(之)자를 그으며 한참을 내려간다.
 
단풍철에는 항상 붐비는 추령이지만 이른 시간이라 아직은 사람이 별로 없다. 지난 번 구절재-추령구간 종주 때도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 역시 하늘에 잔뜩 낀 구름이 심상치 않다. 능선에는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재롱을 피운다. 살갑게 다가오는 바람이 조용히 속삭인다. 귓가에 다가오는 바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진짜 산사람이 될 텐데,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남쪽 아래 마을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읍쪽에서 추령으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길과 지난번에 만났던 송곳바위봉이 미소를 보낸다. 유군치에 도착한다. 임진왜란 때 순창쪽에서 공격해 오는 왜군을 승병장 희묵대사가 이곳에 머무르면서 유인하여 물리친 사실이 있어 유군치(留軍峙)라 불렀다.
 
참나무 같은 큰 나무 아래에 키 작은 단풍이 우아한 멋을 부린다. 단풍은 무욕(無慾)과 자연의 순환질서가 만든 아름다움이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색상을 드러낸 후 미련 없이 낙엽으로 돌아가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나는 욕망을 버릴 줄 아는 '가난함'을 배운다. 수북수북 쌓인 낙엽이 바람에 사각거린다. 낙엽은 아직도 떨어지기 전의 색상을 유지한 채 대지를 뒤덮고 있다. 낙엽을 밟으며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낙엽 속에 깃들어있는 가난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급경사를 오르니 헬기장이 있는 장군봉(696.2m)이다. 장군봉도 희묵대사가 이곳에서 승병을 이끌고 싸웠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북쪽으로 월영봉, 서래봉, 불출봉 같은 봉우리들이 잔뜩 흐린 날씨 속에 실루엣을 이루고 있다. 서래봉의 병풍 같이 펼쳐지는 바위 아래에서 연꽃이 활짝 핀 것처럼 자리 잡은 벽련암이 인상적이다. 산 전체를 오색으로 물들인 단풍의 색채미가 흐린 날씨 때문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연자봉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장군봉의 절벽이 험준하다. 이런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기 위하여 희묵대사는 왜군을 장군봉 쪽으로 유도하였을 것이다. 연자봉(673.4m)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많다. 풍수지리상 서래봉 아래에 자리 잡은 벽련암을 제비의 보금자리라는 뜻의 연소(燕巢)라 하고, 벽련암을 마주보고 있는 이 봉우리를 연자봉(燕子峰)이라 불렀다.

▲ 내장산에서 가장 높은 신선봉의 정상석.     © 건설기계신문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빗방울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이 바빠진다. 신속하게 우의를 갈아입고 걷기에 바쁘다.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763.2m)은 내장산 아홉 봉우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봉우리다. 하지만 오늘은 내장사를 가운데 두고 월영봉,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으로 말발굽처럼 한 바퀴 도는 내장산의 장관을 완벽하게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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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5/04 [13:04]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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