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아픔, 아름다운 풍경과 만나다

[여행] 호남정맥 오정자재-방축리(전라북도 순창·전라남도 담양)

장갑수 | 기사입력 2011/08/29 [01:07]

역사의 아픔, 아름다운 풍경과 만나다

[여행] 호남정맥 오정자재-방축리(전라북도 순창·전라남도 담양)

장갑수 | 입력 : 2011/08/29 [01:07]
담양에서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를 장식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달리다보면 자동차를 버리고 맨발로 걷고 싶어진다. 하늘높이 솟아 2차선 국도를 터널로 만들어버린 이곳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도로다. 이 아름다운 길도 몇 년 전 도로확장을 하면서 없어질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다.
 
가까스로 타협안이 찾아진 게, 기존의 메타세콰이어 길은 그대로 놔두고 4차선 도로를 별도로 개설한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담양읍에서 금성면으로 넘어가는 다리 있는 곳까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숲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메타세콰이어 길을 걸으며 행복해 하곤 한다.
 
요즘 사람들이 길 하면 자동차로 빨리 달릴 수 있는 넓고 직선화된 도로만을 생각하는데, 길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넓게 뚫린 도로는 자동차에게는 편리할지 모르지만 도로를 사이에 둔 이웃을 남의 동네로 만들어버린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으면서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때문에 옛날처럼 쉽게 넘나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되다보니 농촌에 공동체의식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속도와 경쟁의 논리가 농촌까지도 지배하여 그나마 자연의 속도에 따른 삶이 남아 있는 농촌까지 도시화시켜버린 것이다.
 
메타세콰이어 길을 빠져나와 담양댐에 오르면 담양호반을 따라 구불구불한 도로가 이어진다. 추월산 구간을 걸으며 위에서 내려보았던 담양호를 가깝게 대하니 훨씬 살갑게 다가온다.
 
이처럼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담양호와 추월산, 금성산성을 바라보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는 느림과 곡선의 운치가 남아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천치재로 가는 삼거리를 지나면 가마골야영장 입구를 만나고, 야영장입구를 지나면 길은 오정자재로 오르게 된다.

▲ 담양에서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를 장식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하늘높이 솟아 2차선 국도를 터널로 만들어버린 이곳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도로다.     © 건설기계신문

오정자재(300m)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눈은 근처 마을의 지붕에도, 좁은 농경지에도 수북수북 쌓여있다. 오정자재는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과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을 연결하는 고개로 고갯마루 바로 아래에 용정리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구간에 이어 오늘도 눈길을 걷는다. 밤나무밭 철사 울타리 옆을 따라 올라가는데, 눈이 푹푹 빠진다. 눈 쌓인 산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애처롭다. 눈이 새들의 먹이를 다 덮어버렸기에 새들은 굶주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늦가을에 감을 따도 새들의 먹이로 한 나무에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소위 '까치밥'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고요한 마을에서는 개가 정적을 깬다. 나뭇가지에는 하얀 함박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다. 적송의 푸른 잎에 피어 있는 눈꽃은 청학(靑鶴)이 나는 듯하다. 능선에는 소나무가 많고 비탈에는 활엽수 일색이다. 양수(陽樹)인 소나무는 다른 나무 아래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활엽수가 없는 능선이나 바위지대에 많이 자란다.
 
510봉에 올라서보지만 나목 사이로 강천산이 보일 뿐 조망은 좋지 못하다. 510봉을 지나자 솜사탕 같은 눈꽃 너머로 원자실마을 위의 저수지와 강천산 능선, 그리고 무이산(557.5m)이 가깝게 다가온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가파른 암릉을 조심스럽게 넘어서기도 한다. 잠시 암릉을 지나서는 포근한 육산이라 우리의 발걸음은 속도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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