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능선 지나자 괘일산 기암괴석이

[여행] 호남정맥 방축리-과치재(전라북도 순창·전라남도 담양·곡성)

장갑수 | 기사입력 2011/09/21 [01:16]

낮은 능선 지나자 괘일산 기암괴석이

[여행] 호남정맥 방축리-과치재(전라북도 순창·전라남도 담양·곡성)

장갑수 | 입력 : 2011/09/21 [01:16]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설중매(雪中梅)라고 했던가. 올 겨울 유난히 따뜻했던 날씨 탓도 있겠지만 벌써부터 여기저기에서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땅속에서 열심히 수액을 빨아올리는 나무들의 부지런한 모습이 나무줄기에서 느껴진다. 그 기세를 타고 나뭇가지는 잎을 틔울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은 사실상 한 해의 시작이자 만물이 왕성한 활동을 개시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입춘 날에는 대문이나 방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글씨를 붙이고 한 해의 복을 기원한다. 입춘 때는 계절 음식으로 입춘절식(立春節食)이라 해서 햇나물무침을 먹는다. 입춘이 되면 동풍(東風)이 불어 언 땅이 녹고,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물고기가 얼음을 헤엄쳐 다닌다고 한다. 바야흐로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 둔덕 같은 산줄기는 작은 산을 일구어 봉황산이라 불렀다. 솔숲 울창한 낮은 봉우리는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다. 누군가 봉황산이라 적어놓은 리본이 봉황산임을 알게 해준다.    

전라남도 담양과 전라북도 순창의 경계를 이룬 방축리고개(154m)는 고개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평지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호남정맥 길도 산길이라기보다는 둔덕을 걷는 느낌이다. 임도와 밭길을 지나야하고, 묘지 옆을 스쳐가기도 한다.

아무리 고도가 낮아도 정맥은 그 줄기를 이어간다. 88고속도로가 지나면서 인위적으로 끊어진 부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루금은 이어진다. 오늘 구간에서는 88고속도로가 호남정맥을 세 번에 걸쳐서 관통을 해버려 고속도로를 세 번이나 넘어야 한다. 그런데 첫 번째 고속도로를 넘어서 가는 능선은 고속도로 옆을 지나기 때문에 대부분 종주하는 사람들이 고속도로 갓길을 이용한다. 길지는 않지만 고속도로 자체가 호남정맥인 부분도 있다.

10분 정도 고속도로 갓길을 걸은 후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소나무 일색의 숲에는 잔설을 뚫고 춘란이 봄맞이 채비를 서두른다. 봄이 되면 꽃대를 세워 푸른 듯 하얀 꽃을 피우는 춘란은 단정하고 우아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난을 아끼고 사랑한다.

고지산(314.5m)이라 불리는 봉우리로 오르는 길에서는 가시나무가 많아 자꾸만 바지를 붙잡는다. 삼각점이 있는 고지산에서는 자동차소리만 사방에서 들려올 뿐 조망이 트이지는 않는다.
 
울창한 솔숲은 그윽한 향기를 뿜어준다. 인간에게는 나무가 있어 정서적인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나무는 인간이 필요치 않을지 모르지만 인간에게는 나무 없는 삶을 상상할 수가 없다. 이런 나무를 알뜰하게 가꾸고 보존하여야 하는데, 자꾸만 숲 면적이 줄어들어가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숲이 줄어든 만큼 인간의 삶은 삭막해지고, 행복지수도 낮아진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나무골야영장 근처를 지나 우리는 88고속도로를 넘는다. 고지산에서 잠시 고도를 높였을 뿐 고속도로를 건너서도 100~200m대의 낮은 고도가 계속된다. 그래서 밭 가운데를 지나고, 마을주변의 대밭을 지나기도 한다. 오늘 구간은 호남정맥 구간 중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구간이다. 오른쪽에서는 추월산이 우뚝 솟아 있다.

둔덕 같은 산줄기는 작은 산을 일구어 봉황산 이라 불렀다. 솔숲 울창한 낮은 봉우리는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다. 누군가 봉황산이라 적어놓은 리본이 봉황산임을 알게 해준다. 왼쪽에서는 목동리 일목마을이 호남정맥에 등을 기대고 있다. 대나무밭을 지날 때는 사각거리는 댓잎이 청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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