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활기 넘치는 호남의 기운

[여행]호남정맥 방축리-과치재(전라북도 순창·전라남도 담양·곡성)

장갑수 | 기사입력 2011/10/17 [14:10]

[산] 활기 넘치는 호남의 기운

[여행]호남정맥 방축리-과치재(전라북도 순창·전라남도 담양·곡성)

장갑수 | 입력 : 2011/10/17 [14:10]
일목마을 근처의 일목리고개는 2차선 도로가 지난다. 일목리고개는 담양군 금성면 봉황리와 순창군 금과면 목동리를 잇는 고개로 지나는 차량은 거의 없다. 일목리고개를 지나면 정맥길 바로 아래까지 논이 조성되어 있다. 따스한 햇볕이 봄기운을 부추긴다. 배나무 과수단지를 가로질러 서암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는 서암산(450m)에서 우리는 걸음을 멈춘다. 산성산과 광덕산, 덕진봉, 고지산, 봉황산을 거쳐 낮게 기어오는 호남정맥의 마루금이 꿈틀거리며 다가온다. 추월산과 병풍산, 불태산 같은 담양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의젓하다. 순창군 금과면의 들판이 낮은 산과 어울리고, 곡성 설산도 고개를 내민다. 산행을 하다보면 숲길을 걷고, 자연이 만들어놓은 다양한 풍경을 즐기는 맛도 좋지만 봉우리에 올라서서 사방을 내려다보는 부감(俯瞰)의 맛을 빼놓을 수가 없다. 서암산으로 다가오는 풍경을 부감하니 그 자체가 예술이다.
 
▲ 동쪽으로 50m가 넘는 벼랑을 이룬 괘일산은 멀리서 보면 수십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다. 절벽을 이룬 바위는 부드럽고 아기자기하기보다는 거칠고 무뚝뚝하면서도 거대한 벽에 갖가지 모양이 조각된 부조 같다.    


소나무 일색의 숲이 계속되고, 고도는 급격히 낮아진다. 봄기운을 느낀 새들의 노랫소리는 사뭇 상쾌하다. 새들의 노랫가락을 타고 설산과 괘일산이 다가온다. 금남호남정맥이 시작되고,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분가하여 남쪽으로 이어오는 동안 함께 했던 전라북도 땅이 설산 어깨에서 작별을 고한다. 백암산을 지나면서부터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를 이루었던 호남정맥은 이곳 설산 아래에서 온전히 전라남도로 주소를 인계한다.

설산(522.6m)은 전라남도 곡성과 담양, 전라북도 순창을 나누는 산이다. 이 산은 바위가 하얗게 반짝여 눈 설(雪)자를 써서 설산(雪山)이라고 했다. 부처님이 수도한 여덟 개의 설산 가운데 하나여서 설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낯익은 설산과 괘일산 사이 안부로 내려오니 몇 개의 묘지가 점심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늘 구간은 거리도 짧고, 오르내림이 다른 곳보다 덜하여 여유가 있다. 반주를 겸한 점심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괘일산으로 오르는 길은 적당한 크기의 소나무가 운치 있게 숲을 이루었다. 이런 숲에 마음을 맡기면 저절로 여유가 생긴다. 괘일산 정상에 가까워지자 암릉이 시작된다. 동쪽으로 50m가 넘는 벼랑을 이룬 괘일산은 멀리서 보면 수십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다. 절벽을 이룬 바위는 부드럽고 아기자기하기보다는 거칠고 무뚝뚝하면서도 거대한 벽에 갖가지 모양이 조각된 부조 같다. 벼랑 아래로는 짙푸른 소나무 숲이 펼쳐져 마치 푸른 바다에 떠 있는 바위섬 같은 느낌이 든다.

곡성군 옥과면 북서쪽에 있는 괘일산(掛日山)은 해가 걸려 있다는 뜻으로 옥과면 소재지에서 볼 때 이 산의 암릉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본 데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괘일산(446m)에서의 조망은 장쾌하다. 무이산과 만덕산을 거쳐 남서쪽으로 뻗어가는 호남정맥이 무등산을 우뚝 솟구친 모습을 바라본다. 활기 넘치는 호남의 기운을 보는 것 같다. 곡성 동악산과 화순 백아산도 가깝게 다가온다. 남원의 고리봉·문덕봉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하늘을 가른다. 설산이 지척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 아래로 이름도 예쁜 설옥리가 조용히 둥지를 틀었다. 곡성군 옥과면 소재지와 주변의 농경지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었다.

곡성(谷城)은 이름 그대로 산이 많고 골짜기(谷)가 많은 고장이다. 곡성은 전라북도 남원·순창과 전라남도 담양·화순·순천·구례와 맞닿아 교통이 좋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주변도시와의 연결성은 좋으나 자체의 결집력은 약한 편이다. 고운 모래와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섬진강의 풍광은 여유 있고 아름답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훼손이 덜 된 산수가 살아 있어 어느 고장보다 포근하고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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