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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움은 산이 주는 넉넉함
동악산(735m, 전라남도 곡성)
 
건설기계신문   기사입력  2012/04/10 [10:15]

움막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니 능선이다. 능선 삼거리에서 왼쪽(남쪽)에는 형제봉이, 오른쪽(북쪽)에는 도림사 계곡을 건너 동악산 정상이 자리잡고 있다. 능선 삼거리에서 20분 정도 올라 바구니봉을 만난다. 마치 길쭉길쭉한 바위 조각들을 한데 모아 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누가 쉬었다 가자는 말도 없었지만 바구니봉 바로 옆 전망 좋은 곳에서 모두가 발 길을 멈춘다. 여기서 바라다 보이는 곡성읍내와 들판의 모습이 사뭇 평화롭다. 그러나 당장 내려가 사람 사는 곳에 가면 그렇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사람사는 모습들이 평화롭게 보이는 것은 산이 주는 넉넉함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동악산 정상의 모습이 보이고 다정하게 서 있는 형제봉의 두 봉우리가 지척으로 다가온다. 바구니봉에서 형제봉까지는 바구니봉의 암벽을 지나 가파른 길로 30분쯤 올라야 한다. 형제봉에 오르니 남서쪽 순천방면으로 연결되는 호남고속도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통명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섬진강을 넘어 동남쪽으로 저 멀리 지리산 노고단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동악산을 산행지로 잡았을 때 나에게 "다른 산을 택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던 일행 중의 한 명이 점심을 먹으면서 슬며시 말을 꺼낸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공감을 표시한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자리잡은 산치고 좋지않은 산이 어디 있을까만은 동악산은 일행 모두에게 유별난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모양이다.

형제봉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오던 길을 되돌아 바구니봉 쪽으로 향한다. 형제봉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서 바라다 보이는 바구니봉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마치 금강산의 한 봉우리를 옮겨다 놓은 것 같다.

능선 삼거리에서 길상암터로 하산하는 길을 버리고 능선을 타고 계속 걷는다. 능선 양쪽의 풍경이 대조적이다. 왼쪽(서쪽)은 소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있는 육산인 반면 오른쪽(남쪽)은 아기자기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암산(岩山)이다. 능선 삼거리를 지나면서 일행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다. "야,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니……", "천관산의 바위들에 빠지지 않는다."

각기의 느낌들이 여과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갖가지 수석을 옮겨놓은 것 같은 빼어난 바위들이 우리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삼거리에서 20분 정도 가다가 바위 위에 아얘 주저앉아 버린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근처의 바위들을 바라본다.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도림사 계곡의 바위가 흐르는 물과 조화를 이룬 수평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곳 능선 상에 자리잡은 바위들은 여러가지 모양으로 솟아올라 이루어낸 수직적인 미를 띠고 있다.

건너편으로 동악산이 아주 가까이 와닿는다.동악산 정상 쪽 산비탈에는 미끌미끌하게 보이는 질감좋은 바위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사실은 원래 형제봉에서 배넘이재를 거쳐 도림사로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길을 잘못 든 까닭에 이 코스를 택한 셈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렇치 않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말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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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4/10 [10:15]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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