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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종건기’ 책임보험 고작 “알아서 책임져”
[기획] 건기 손해보험 진단, 자보 대인(1억5천초과)·대물(2천)뿐
 
건설기계신문   기사입력  2016/06/20 [14:48]
‘9종외 건기’ 배상보험 있으나 마나, 보험 취지 어긋나 대책 마련 절실

 
경북 경산의 신경태(49·가명)씨는 지난 5월 중고로 구입한 덤프트럭(2002년식) 자동차보험(의무보험)과 함께 임의 자기신체손해보험(자손)에 가입하려다 거절당했다. 신씨는 다른 보험사에도 문의했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20여년간 사고 한 번 없이 건기대여업을 해온 그가 자손보험을 거부당한 것은 처음. 이유를 따져 물었지만, “내규에 따른 결정”이라는 대답뿐이었다.

서울에서 자주식 공육굴삭기 대여업을 하는 김필교(53)씨. 얼마 전 굴삭기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며 대물배상 한도를 1억으로 요구했지만, 보험사는 최저한도인 2천만원 밖에 안된다며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 보험료를 더 내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업용 궤도굴삭기를 소유한 임창운(52)씨. 보험가입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건설사의 요구로 가입하려 했지만, 보험사가 받아주지 않은 것. 궤도굴삭기는 자보 의무가입 건기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서울의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보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건기의 보험가입을 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건기의 보험가입 실태=건기의 자동차보험(이하 자보) 가입은 가능하지만 까다롭다. 신규가입 때 의무(책임)보험은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사를 제 맘대로 선택할 수 없다. 자손·자차 등 임의보험은 거의 가입 불가능하다. 갱신할 때도 타보험사로 변경할 수 없다.

9종 영업용 건기(자보 의무가입 대상)를 구입한 대여업자들은 일명 ‘뺑뺑이’를 통해 보험에 신규가입 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꺼리는 건기(화물·택시 등 영업용) 등은 공동으로 가입(할당)·배상토록 하고 있는데, 보험개발원(공공기관)이 전산으로 보험사를 무작위로 배정한다.

배정된 보험사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취재결과, 25톤 덤프의 경우 회사별 보험료 차이가 최대 200만원까지 났다. 보험료가 높은데 보상조건이 낮은 경우도 있었다. 자손 등 임의보험 처리도 각각 달랐다.

 실제, 배상구(50)씨는 지난 10일 25톤 덤프트럭 자보를 일명 ‘뺑뺑이’를 통해 ‘A’사에 신규가입했다. 대인(무한) 대물(2천만원) 430만원의 보험료를 계약했다. 같은 날 25톤 덤프 자보에 신규 가입한 김일상(48)씨는 대인(무한)과 대물(2천만원)의 동일한 보상조건 자보를 ‘B’사에 640만원에 계약했다. 210만원의 보험료 차이를 보였다.

▲건기보험이 자보 책임보험 외 사실상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은 기사내용과 무관.     ©건설기계신문


또 따른 25톤 덤프트럭 대여업자는 비슷한 시기 대인(무한)·대물(1억원)·자손(3천만원) 등 의무보험에 더해 임의보험까지 포함, 398만원에 ‘C’사의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법에 따르면, 영업용 자동차의 경우 대인Ⅱ(1억5천만원 초과)·대물(2천만원)이 의무가입 조건이다. 자가용의 경우는 대인배상한도가 1억5천만원 이하.

 
‘9종’ 책임보험 ‘뺑뺑이’ 보험사배정

 
△보험사들이 건기를 꺼리는 이유=영업용 건기의 경우 의무 자보(대인-1억5천만원 초과 대물-2천만원)는 ‘공동배상’ 원칙에 따라 ‘뺑뺑이’로 보험사를 배정(배상은 공동으로)하고, 임의보험(대물배상 한도 증액과 자손·자차)은 사실상 받지 않는다.

영업용건기 임의보험(자동차보험) 거절은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과거에도 사고가 잦은 경우 가입을 받아주지 않았다. 회사마다 제각각이지만,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보험사 측은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튼, 갈수록 임의보험 가입은 어려워지고 있다.

영업용건기 자보의 경우 통상 대형보험사는 3년에 2건, 중소보험사는 3년에 1건만 돼도 임의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 사고 내역 외 차량연식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기준이 더 엄격해지면서 대여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종전에는 사고경력·연식을 고려해 보험가입 여부(보험료)를 결정했다면, 최근엔 임의보험 가입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고경력 등으로 보험가입이 쉽지 않은 경우 공동명의로 보험에 드는 편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관할구청이나 이전등록사업소를 다니며 명의변경 절차(비용)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보험대리점 관계자는 “공동명의 가입을 하는 경우 다른 보험가입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 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보험사들은 이렇듯 자보 임의보험 가입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영업용 건기(화물·택시 등) 손해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용자보 손해율은 87.5%로 집계됐다. 당초 100%에 육박할 것이란 비관론보단 낮지만 88.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4년과 엇비슷한 수준.

손해율은 보험료 중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 보험업계는 78% 정도를 적정 손해율로 본다. 이를 넘으면 영업적자를 낸다는 의미.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모집비용과 인건비·관리비 등 사업비를 줄이는 긴축경영에도 손해율이 높아 지난해 영업적자가 2014년에 이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며 손보사들은 우량 고객만을 선호한다. 보험사의 인수(임의보험) 심사도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 가입자를 무작정 늘리는 양적 성장에서 재무건전성을 다지는 질적 성장 중심으로 돌아선 것.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신규계약 늘리기보다는 양질의 고객 확보와 손해율 관리가 우선이며, 다른 보험사에서 변경해올 경우 엄격한 심사를 하고 있다”며 “사고 보험금 규모가 큰 차량은 심사가 더욱 까다롭다”고 털어놨다.

△건기관련 보험 종류=건기와 관련된 보험은 대략 4개 정도. 첫 번째가 9종 건기가 의무 가입해야 하는 영업용자동차보험. 의무 가입대상이 △덤프 △타이어기중기 △믹서 △펌프카(트럭적재식) △아스팔트살포기(트럭적재식) △타이어굴삭기 6종에서 법개정(지난해 2월)으로 △트럭지게차 △도로보수트럭 △노면측정장비(자주식)가 추가됐다. 대인Ⅱ(1억5천초과)와 대물(2천만원) 배상을 의무 가입해야 한다. 미가입시 6만5천~23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에 덧붙이는 자차와 자손, 그리고 대물배상한도 증액은 임의다.

1개의 자동차보험(의무+임의)에 더해 3개의 임의 배상보험 상품이 있다. 영업배상책임보험, 건기안전종합보험, 건기상해보험 등이 그 것. 자동차보험을 의무가입해야 하는 9종 건기를 제외한 기종을 대상으로 하는데, 부담이 커 가입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업배상책임보험(건기업자특약)은 영업용자동차보험 의무가입 대상인 9종 건기를 제외한 건기들이 가입할 수 있다. 피보험자가 소유·사용·관리하는 건기의 용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타인에게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를 입힘으로서 발생하는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건기조종면허가 없어도 가입이 가능하며, 할인·할증이 없다.

건기(중장비)안전종합보험 역시 9종 건기 외 건기가 가입 할 수 있다. 재물손해, 배상책임, 상해 등을 선택적으로 가입해 보장 받을 수 있는 패키지 보험이다. 하나의 보험으로 해당위험을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건기조종사면허가 있어야 가입 가능하다.

건기상해보험 역시 9종 건기 외 건기가 가입할 수 있는데, 피보험자의 상해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영업용자동차보험의 자손보다는 보장범위가 넓고, 건기안전종합보험 보다 저렴하다.

△보장 없는 건기 영업용자동차보험=건기 자동차(영업용)보험은 의무(책임)보험 수준이기 때문에 배상수준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건기(화물·택시)와 관련해 보상하지 않는 ‘면책 구멍’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건기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설현장에서의 사람과 관련한 사고는 피해자가 조종사든 타인(하도급사 현장 노동자)이든 거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영업용자보 약관의 대인Ⅱ 규정에 배상책임이 있는 피보험자 또는 피보험자사용자의 피(고)용자로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보상해 주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건기대여업자(피보험자)가 고용한 조종사나 원하도급사 노동자가 건기로 인한 부상을 당한 경우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밝히고 있다. 다만, 산재의 보상범위를 넘어 설 경우에만 자보 보상이 가능해진다.

대물배상 역시 극히 제한적이다. 약관을 보면, 건기 작업 중 건설사 소유·사용·관리 재물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보상하지 않는다. 또 건기에 싣고 있거나 운송중인 물품 역시 보상하지 않는다. 케이블·도관 등 지하시설물을 파손한 경우, 지반의 침하로 생긴 손해 및 건물구조물의 붕괴·도괴로 생긴 손해도 역시 보상하지 않는다. 도로를 달리다 접촉사고로 생긴 상대차량의 피해 정도만 보상하는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건기 자동차보험이 건설현장 내 사고 보상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임에도, 건설사들은 9종 건기를 비롯한 모든 건기에 자동차보험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 이병기 서울자주식굴삭기협회장은 “건설사에서 모든 건기에 대물 ‘1억원’과 대인 ‘무한’의 자보 가입 증명서를 계약할 때 요구한다”며 “자보가입(임의 배상한도 인상)도 어려운데다 배상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비용을 많이 들여 자보한도를 늘려야 사업을 수주할 수 있어 울며겨자먹기”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건설사들이 자보가입 한도를 늘려 요구하는 건 현장 사고책임을 최대한 건기업자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다. 산재보험을 받을 경우 건기자보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자보 규정 등을 피하려고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건설사가 선배상하고 그 책임을 뒤에 건기업자에게 전가시키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결국, 건기대여업자들은 9종 건기의 경우 든 그 외 건기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강제요구에 따른 자동차보험(9종건기)을 비롯해 영업배상책임보험(9종 외)를 가입해야 하는데 배상을 제대로 못받아 결국 자비로 책임을 지는 이중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보장없는 건기보험, 자비로 책임

 
△대책 및 방안=이처럼 건기 자보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9종건기 외 기종이 가입할 수 있는 임의 배상보험들이 가입자가 없어(비용부담이 커) 사실상 쓸모가 없는 지경이다보니, 사고 책임을 건기사업자가 직접 져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험과 비용을 공동 분담한다는 취지의 보험이 건기의 경우 사실상 기능을 하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보험사들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보험손해율이 높다고 해서 기피할 게 아니라 보험료 분담을 조금 높이더라도 손해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의 보험설계로 건기사업자들이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사들은 소비자에게 유용한 제도를 적극 알리고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의 자의적 영업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도 시급하다. 김종성 전국건설기계연합회장은 “보험의 취지가 위험과 사고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분담한다는 것인데, 보험사들이 취지에 어긋하게 돈 되는 사람만 가입시켜 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런 보험사들의 행태에 금융당국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입장은 달랐다. 의무보험은 별 문제 없이 시행중이며, 임의보험 가입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확인해보겠지만 강제영역이 아니라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임의보험의 경우 법적 강제수단이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는 것.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의무보험과 임의보험에 대한 설명이 충실히 이뤄지지 않아 임의보험의 인수를 거절한 것이 자동차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한 상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임의보험은 사적계약에 해당돼 공권력이 강제할 영역은 아니며, 계약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점이 없었는지는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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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20 [14:48]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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