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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법규 불분명 조사기관없어 별무대책
[기획] 날로 느는 건설기계 사고, 규제·관리감독 강화 절실해
 
건설기계신문   기사입력  2017/10/20 [10:28]
건설사고 7.8%가 건기사고
사망사고의 경우 19% 점유

 
건기사고가 늘고 있다. 특히 인명피해를 내는 사고가 많다. 그 때마다 정부는 규제와 관리감독 강화를 외치지만 별무소용이다. 이에 허술한 안전법규, 안전불감증에 걸린 현장관리, 그리고 전무하다시피 한 정부의 사고조사활동을 들춰본다. /편집자

 
△건기 사고 현황=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 중 건기 안전사고의 비중이 날고 느는 추세다. 더욱이 건기 사고의 경우 인명 피해 등 사고강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국내 건설현장 건기관련 사고 통계를 보면, 2011년 건설업 전체사고 2만2109건 중 건기는 1610건(건설업에서 차지하는 사고 비중 7.3%)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2만2583건 중 1734(7.7%)건, 2013년에는 2만2801건중 1784건(7.8%). 매해 건기 사고 건수와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건기사고 비중이 더 높다. 2011년 건설산업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499건 중 88건(17.6%)이 건기사고였다. 2012년에는 461건 중 83건(18%), 2013년에는 516건 중 98건(19%)이 발생했다.

이처럼 건기사고는 사망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사고의 경우 3년간 6만1158건 중 1207건이 사망재해로 1.9% 비율을 나타낸 반면, 건기는 4859건 사고 중 269건을 차지해 5.54% 비율을 기록했다. 일반사고의 2.8배나 되는 수치다.

건기 기종별에 사망재해를 분석해 보면, 굴삭기가 58건(21.5%)로 가장 많았고, 덤프트럭이 34건(12.64%), 이동식크레인이 33건(12.27%), 타워크레인이 25건(9.29%)을 보였다.

건기사고가 늘면서 예방 정책도 다양해지고 있다. 타워크레인의 경우 2012년 1월부터 정기검사 후 6개월 이내 안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2013년 3월부터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하고는 건축물 등의 벽체에 타워크레인을 지지(고정)하도록 했다.

지게차는 2007년 1월부터 운전자의 좌석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다. 타이어식 건기의 경우 2015년부터 실내 외 후사경에 추가해 후진하는 순간부터 정지할 때까지 조종사가 후방을 확인 할 수 있는 안전장치(카메라) 설치를 의무화 했다.

 
△기종별 건기사고 종류·원인=건기사용은 갈수록 느는 추세다. 최근 10년 동안 국토교통부 등록 건설기계는 33만2219대에서 44만5722대로 34.2% 증가했다. 안전보건공단은 건축구조물의 대형화와 고층화, 건설물량 증가로 건기사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건기사용이 늘면서 사고도 급증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후방 미확인’, ‘급선회’ 등 인재로 분석된다. 조종석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작업하다 사고가 나는 등 안전조치 미흡인 경우도 많다. 기계적 결함 보다는 작업관리상 문제로 사고가 잦다는 것이다.

작업 종류와 기종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양중(들어올리는) 작업용 천공기와 기중기 등은 전복과 낙하사고, 굴삭기는 협착과 추락·충돌 사고가 많다. 지게차는 전복과 충돌 사고가 주이며, 도로주행용 덤프나 믹서트럭의 경우 교통사고 비중이 높다.

 
▲경기도의 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기중기 전복 사고.     © 건설기계신문

건기사망사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작업대(탑승함)에서 떨어짐 83명(21.2%), 자재 양중·운반시 물체에 맞음 77명(19.7%), 후진 중 후방 미확인으로 충돌·끼임 49명(12.5%), 굴착 단부 및 경사면 운행시 전도·전락 41명(10.5%), 급선회 중 충돌·끼임 38명(9.7%) 순이었다. 안전보건공단 한 관계자는 “건기는 작업 전 안전점검을 통해 위험요소를 파악해야 한다”며 “지속적 교육과 캠페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건기 사고들을 기종별로 살펴보면, 굴삭기 버켓으로 들어 올리던 침목이 떨어져 인근 건설노동자의 손목골절을 초래한 경우가 있다. 굴삭기 안전사용지침을 위반해 자재 운반에 사용한 것과 작업반경 내 건설노동자를 통제하지 못한 게 사고원인으로 꼽힌다.

타워크레인의 경우, 공사현장에서 텔레스코핑(몸체를 높이는 과정) 중 본체 상부의 중심이 무너지면서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하단부 고정핀을 체결하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텔레스코핑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덤프트럭 사고도 잦다. 후진 중 교통 통제원을 확인하지 못해 생긴 충돌·협착사고, 토사 세륜기 주변을 청소하던 건설노동자를 치는 사고 등이 많았다. 작업자나 교통 통제원과 덤프트럭 접촉방지 조치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복·낙하·협착·충돌과 교통사고

 

△국내외 건기안전 제도=건기사고를 줄이려는 정부나 업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건기안전 제도는 선진국에 뒤쳐진 실정이다.

먼저 타워크레인을 살펴보면, 대여사업자가 설치·해체 작업을 하는데 전문작업팀에 재하도급 형태로 위탁한다. 설치·해체 작업팀(팀당 5명)은 국내에 약 80여개가 있는데, 경력과 자격 규정이 없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관리자(시공사) 배치 의무가 없고, 설치·해체 매뉴얼도 없다.

미국의 경우, 타워크레인 조달 및 설치·해체작업을 하도업체가 한다. 전문업체 소속의 유자격자(학위, 자격)를 고용해 시행하며, OHSA(미국의 직업 안전 및 보건 법령) 규정에 따라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한다. 작업 또한 설치·해체 매뉴얼에 따라 수행한다.

또 한국엔 타워크레인의 현장 반입 전 검사 의무가 없으며, 임대업체는 정비 차원의 유지관리만 실시한다. 타워크레인을 설치 뒤에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부 공인 검사기관의 안전점검이 의무화 돼 있으며, 6개월 단위로 안전검사를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타워크레인 반입 전 제3자의 안전검사 실시와 기록을 일정기간 보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상호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 검사기관을 통해 현장 반입 전, 그리고 반입 뒤 사용 중 안전검사를 지속해 안전을 유지하도록 한 것.

굴삭기나 지게차 등 차량 건기의 경우 한국에서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따라 건기 유도자를 배치토록 하고 있지만, 전담 업무기준이 없어 여러 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미국은 건기 후진관련 전담 유도자 배치를 의무화했다. 주간엔 형광계열 조끼를, 야간엔 300미터 밖 식별가능 반사조끼를 착용토록 한다.

덤프트럭 후진 규정도 다르다. 한국엔 후진구역 설정기준이 없으며, 유도자를 배치토록 하고 있지만 여러 업무를 겸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선 덤프트럭 후진구역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구역 외에서는 후진을 금지하고 있다.

 

사고예방 법규 선진국수준 높여야

 

△건기 사고 조사는?=건기안전 관련 법규는 대부분 사고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고현장에 가면, 책임소재를 놓고 건설사와 대여사업자가 공방을 벌이곤 한다. 명확한 법규가 없어서 그렇다. 인사사고 때, 건설사의 일방적 주장 외 증거가 없다보니 사고책임을 건기업자가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의 한 건설자재 회사에서 지난달 지게차 적재작업을 하던 박진만(가명)씨가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를 쳐 사망케 한 사고가 발생했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지게차에 실은 건설자재가 시야를 가려 앞이 잘 보이는데 이동하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현장지시에 따르다 낸 사고라며 임차인 책임을 언급한 것. 하지만 자재회사는 선 유족보상 뒤 박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조종사 운전실수 때문이라는 것.

이를 놓고 건기대여업계는 건설사가 사고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설사가 안전사고 예방 의무를 지닌 만큼 일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박진만씨는 “분명 건설사가 사고예방 책임을 가지고 있는데도 대여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그만두라 할까봐 따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사들은 조종실수인 만큼 대여업자가 핵임을 져야 한다고 맞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노후 건기로 작업을 하면 사고 날 확률이 커지는 데 그걸 모두 우리더러 책임지라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다. 또 “안전을 위해 교육을 하고 지시에 따라 줄 것을 요구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우리 책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법적 쟁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대여사업자들은 피고용자가 아니다보니 사고책임 여부가 애매하다.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부여받게 되는데, 문제는 사고원인과 책임을 누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건기사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려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항공과 철도의 경우, 국토부 산하에 사고조사위를 두고 있다. 건설사고의 경우도 상황에 따 조사위 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속해고 늘고 있는 건기 사고에 대한 조사위는 없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사고 원인규명과 예방을 위한 조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05년 11월 16일 발족했다. 사망·중상(重傷) 또는 행방불명과 중대한 손상·파손 또는 구조상 고장 등의 사고를 조사한다.

사고발생 접수, 조사 개시(사고조사단 구성), 현장조사(현장보존, 관련정보 및 자료수집), 시험 및 분석(관련 전문기관), 조사보고서 작성(분야별 사실조사 정보 통합), 공정회(사실정보 검증, 필요시 사실정보 보완, 사고조사의 객관성,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 최종보고서 작성(원인 및 안전권고사항 포함), 위원회 심의 및 의결(최종보고서 완료), 최종 결과 발표 순으로 이뤄진다.

건설사고조사위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국토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구성·운영된다. 지난 8월 발생한 평택 국제대교 붕괴사고 때 건설사고조사위가 구성됐다. 사망자가 3명 이상 발생,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건설 중이거나 완공된 시설물이 붕괴 또는 전도된 때로 조사위 구성요건을 규정해놓고 있다. 건기사고는 대부분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조사위원 역시 건기 전문가는 없다. 건축·토목 교수와 연구원, 그리고 건설사 임원들이 전부다.

 

건기사고조사위 구성 절실하다

 

△건기 사고 예방은?=건기사고를 예방하려면 관련 법규를 갖춰야 하며,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 지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장 관계자를 제대로 교육시켜 사고예방 조치에 잘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사고가 나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것도 필수다.

굴삭기의 경우 작업반경 내 건설노동자 접근금지 조치가 우선이다. 또 현장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굴삭기 신호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작업에 돌입하기 전에 노동자들에게 굴착작업 계획 등 작업 내용에 대한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020년까지 건기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근원적 안전성 확보, 안전관리 역량강화, 안전캠페인 전개 등의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부는 사고예방을 위한 세부 계획 18개를 수립했다. 시행령이나 규칙 개정도 다수 포함돼 있다. 사망자 비율이 높은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건설기계 사고 예방책 시행은 미뤄지고 있다. 추진 중인 추락사고 예방에 성과가 나타난 뒤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기사고 예방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도 절실하다. 정부와 업계가 지속적 협의를 통해 사고예방 방안을 모색할 뿐 아니라, 제도개선 등 정책방향을 민간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정부는 지난해 6월 이같은 역할을 담당할 건기안전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건기 전문가로 구성된 국영 또는 민간 건기사고조사위 설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장인섭 건설기계안전기술연구원 본부장은 “인력을 대체하는 건기 수요·사용이 꾸준히 늘어 건기사고 또한 빈번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기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건기전문가로 구성된 사고조사위나 관련역할을 할 기관(공공 또는 민간)을 키워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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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20 [10:28]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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