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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행정 피해 커, 정책추진력 사라지고
[기획] 중고건기 수출 일선에선... 중앙·자치단체 법 해석 달라 혼선
 
유영훈   기사입력  2018/10/05 [15:16]

전자시대 무색 ‘서류들고 직접 와’
국토부 수출정책 ‘구렁이 담 넘기’

 
중고건기 수출 일선을 둘러봤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 법해석이 달라 행정 혼선이 여러군데서 생기고 있다. 기관마다 ‘원스톱’을 외쳐대는 디지털시대에 ‘서류 들고 직접 오라’고 갑질행정을 하는 곳도 있다. 공급과잉으로 고통받는 건기대여업계를 위한 정책으로 중고건기 수출을 내세웠던 국토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관련 정책을 거둬들였다. 본지가 수출 현장을 이모저모 둘러봤다.

△수출이행신고 공방=부산에서 중고건기 수출업을 하는 이승만씨. 지난 6월 100만원의 과태료 고지서가 받았다. 5월 21일까지 수출이행신고를 해야 하는데 기간을 어겼다는 것. 하지만 이씨는 기간내 수출이행신고를 했다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건기관리법 6조4항에는 등록말소(수출말소)일부터 9개월 이내에 시·도지사에게 수출이행을 신고토록 하고 있다. 기간 내에 수출하지 못하면 폐기말소 또는 재등록을 해야 한다. 어길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건기법 44조2항)를 부과한다.

이씨는 지난해 8월 22일 3.5톤 중고지게차를 매입해 수출말소를 했다. 필리핀으로 수출하려고 올 5월 15일(신고만료기간 5월 21일) 부산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수출이행신고를 했다. 규정대로 9개월 이내(만료 6일전) 신고한 것.

하지만 부산시는 법위반이라며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선박 출항일자 기준으로 9개월을 산정한다”며 “행정관청에 기간 내(6일전) 수출이행신고를 해도 이씨의 중고건기를 실은 선박이 21일 이후 출항해 규정위반”이라며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 15톤 덤프트럭을 수출했다. 2016년 12월 8일 매입(수출말소)하고 이듬해 8월 28일 수출이행신고를 했다. 신고만료가 9월 7일인데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받았다. 선박 출항이 늦어졌던 것. 태풍으로 선박이 발이 묶인 건데 이씨가 그 책임을 뒤집어 쓴 것.

이씨 외 상당수 수출업자들이 부당 과태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이의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자연재해나 선박회사 여건으로 출항이 늦어지는 건데 왜 기간내 수출이행신고를 마친 수출업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자체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담당공무원은 “수출업자가 수출말소 9개월 내 수출이행신고를 했다면 출항 일정과 무관하게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부산시 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수출이행신고를 한 뒤 수출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신고로 끝나는 게 아니다”며 “내부기준을 마련해 행정업무를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이씨의 경우 이의신청을 해 과태료를 면제했다”며 “시도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 명확한 기준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부산시의 두 번에 걸친 과태료 부과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 31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청에서 1차 변론기일을 가졌다.

 
수출이행신고 간소화, 자지체 몰라

 
△수출이행·말소등록 신고 간소화 목소리=중고건기 수출업자들은 지자체(차량등록소) 마다 다른 행정처리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수출이행신고와 말소등록이 까다로와 간소화해달라는 것이다.

수출업자들은 수출이행신고가 법개정으로 간소화됐는데, 지자체(차량등록소)마다 신고기준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평택의 한 업자는 “전산화로 수출이행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아는데, 신고하라는 데가 있고 안 해도 된다는 지자체가 있다”며 “왜 지자체 마다 달리 적용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라는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따지기도 쉽지않다”고 말했다.

중고건기 수출이행신고는 2017년 4월부터 간소화됐다. 건기관리법 6조6항이 신설되면서다. “수출이행 여부 확인을 위하여 제39조의2에 따른 전산정보처리조직과 ‘관세법’ 제327조에 따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이 연계된 경우 수출말소된 건기는 수출이행신고가 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차제는 과거 관행대로 행정 처리하고 있다. 수출이행신고를 따로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 개정 법규정을 모르는 것. 국토부 관계자는 “전산정보망에 연계돼 있다면 수출이행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중고건기 말소등록의 불편도 크다. 수출을 하지 못하면 말소등록(폐기) 또는 재등록 해야 하는데, 이 때 건기등록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인천의 한 수출업자는 “제주도 등록건기라면 제주도까지가야 한다”며 “디지털시대에 뒤처진 행정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차제 마다 다른 행정처리도 문제. 우편 서류로 처리를 해주는 곳이 있는 반면, 직접 방문을 요구하는 지자체도 있다. 김형식 대한건기매매협회장은 “몇년 전부터 국토부에 관련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국 어디서나 중고건기 말소·재등록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건기 수출현황=중고건기 수출은 2013년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 개정으로 2014년부터 통계(자주식과 궤도 둘로 구분)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수출 통계를 사실상 알 수가 없다.

자주식의 경우, 2015년 9200만달러, 2016년 8300만달러 2017년 9100만달러의 수출이 이뤄졌다. 3년간(2015~2017년) 1% 하락했다. 궤도의 경우 2015년 3700만달러, 2016년 3000만달러, 2017년 3500만달러 수출했다. 5.4% 뒷걸음이다.

수출국은 베트남과 파기스탄 두 나라가 중심. 자주식 중고건기 수출 95%를 차지한다. 특히 파키스탄 자주식 수출이 눈에 띄는데, 2014년 1500만달러에서 2016년 4000만달러로 166.6% 급성장했다. 베트남은 2014년 3500만달러서 2016년 3900만달러로 거의 제자리.
 

궤도도 두 나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출액 70%대. 특히 베트남 수출비중이 큰데, 2014년 1400만달러에서 2016년 2000만달러로 42.8% 상승했다. 파키스탄은 2014년 1000만달러에서 2016년 1000만달러로 제자리 걸음.

중고건기 수출업체 현황은 통계가 없다. 업계는 중고건기 수출업체 대부분이 부산과 인천에 집중돼 있으며 화물 등의 자동차와 같이 수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건기매매업자 가운데 10~20% 정도가 수출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파키스탄 빼고 수출대상 없어

 
△중고건기 수출 어려워진다=지난 3년 국산 중고건기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베트남과 파키스탄 외 전체 중고건기 수출은 하락세를 보였다. 따라서 업계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란 예측.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의 시장 잠식’. 값싼 중국의 새 건기가 개발도상국에 흘러들어오기 때문.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이하 건산협) 한 관계자는 한국 중고건기가 주거래처인 동남아에서 중국 새 건기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태국을 살펴보면, 중고와 신규 건기비율은 7:3. 중국 제품이 태국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뒤를 일본과 한국이 따른다. 2014년 9.4%(중고 및 신차)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이 2016년엔 38.2%로 껑충 뛰어올라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2.5%에서 11.8%로 뒷걸음질쳤다. 부산의 한 중고건기 수출업체 대표는 “친중국 정책에도 한국 정부는 중고건기 수출에 뒷짐”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중고건기 시세가 떨어지는 것도 한국 중고건기 수출에 악영향. 국제 중고건기 온라인매매 플랫폼인 마스쿠스(Mascus) 매물을 살펴보면, 2012년 생산 9천시간 가동 국산 굴삭기가 한국에서는 9만6천달러다. 같은 제조사·기종 2013년식 2500시간 가동(더 좋은) 굴삭기가 러시아에서 9만6천달러로 거래된다.

배석호 전 중고건기수출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제시장의 중고건기 가격은 떨어지는데 한국 중고건기는 오르니, 수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건기매매업계는 제조업계가 신제품을 판매할 때 구입하는 중고건기를 높은 가격에 매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라별 중고건기 수입장벽도 한국 중고건기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부터 중고건기(제조일로부터 3년이상 경과) 수입에 기본세에 추가한 이용세(Utility Fee)를 부과하고 있다. 5천만원짜리 중고굴삭기를 수입할 경우 기본세(15만루블)에 이용세(17톤~32톤 굴삭기의 경우 세율 기본세의 25배)를 합쳐 1억2102만원을 내야 하는 것. 신차가격이 되고 만다.

중고제품에 고율세금 부과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화교권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과 밀접한 국가들인데, 건기수출업계는 “중국 입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싼(일부러 세금부과) 중고건기 대신 값싼 신제품(중국)을 구매하도록 중국이 압박하고 있다는 것.

베트남은 제조 5년 미만 중고건기만 수입한다. 필리핀은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EURO4(유럽연합 배기가스 기준) 이하 중고건기만 수입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역시 중국 신차 판매에 유리해 질 상황이다.

 
2번의 국토부TF 정책 유야무야

 
△사라진 중고건기 TF=중고건기 수출은 수출업자들 뿐 아니라 건기대여업계에도 중요한 사안. 2013년과 2016년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하며 공급과잉의 굴삭기업계 위로 차원에서 국토부가 제안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2013년 국토부(건기수급조절위)는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에서 빼고 중고건기 수출을 제안했다. 건산협에 ‘중고수출진흥센터’를, 그리고 민간 중고건기수출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국토부 건설인력기재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고·유휴 건기수출TF가 같은 해 9월 출범했다. 제조·대여·매매 협회 대표 등이 참여했다.

TF는 태국·필리핀을 다녀왔고,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현장도 방문했다. 단장이던 국토부 곽민희 건설인력기재과장(당시)은 국회토론회에서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여업계 애로해소를 위해 중고·유휴건기를 줄일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2016년 5월(미얀마 시장 진출방안 논의)을 끝으로 감감 무소식이다. 건설산업과로 통합되고 건기수출TF는 사라진 상태다.

2016년에도 국토부는 굴삭기를 수급조절에서 제외시키고 굴삭기업계의 어려움을 감안, ‘수급조절 후속 민관TF’(건설산업과장이 담당)를 구성, 중고건기 수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국토부는 운영 중단을 밝혔다. TF 참여단체인 건산협·건기협이 전건연과 이견으로 불참을 표명해 그렇다고 이유를 밝혔다. 굴삭기 수급조절을 강력하게 요구해온 전건연을 배려해 TF를 띄워놓고 다른 단체들이 반대한다고 TF를 없애 버린 것.

국토부의 두차례 중고건기 수출정책은 허송세월을 해왔다. 건산협 중고수출진흥센터도 문을 닫았다. 민간 중고건기수출협동조합도 해체됐다.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겠다던 중고건기 경매장과 집적단지(경산, 안산, 군산) 조성도 유야무야. 산자부가 예산 8억원을 확보했지만,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으며 삭감됐다.

해외건설현장 중고건기 투입도 예상처럼 되지 않고 있다. 현지까지 배송비가 커 현지 조달보다 불리하기 때문. 세계 최대 돔 공연장 중 하나인 ‘필리핀 아레나’를 준공한 한화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지 건기를 사용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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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05 [15:16]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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