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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업계 시멘트 수입해 쓰겠다
슬래그 KS인증후 대립
 
  기사입력  2003/11/21 [15:08]
슬래그시멘트를 둘러싼 레미콘업계와 시멘트업계의 대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공급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레미콘업계가 직접 시멘트 수입에 나서고 있는 것. 수입 시멘트는 가격과 품질에서 국산보다 경쟁력이 있는데다 레미콘을 생산하기 위해 국내 시멘트업계의 수급에 목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원재활용, 부실공사 우려

두 업계의 대립은 작년 12월 산업자원부가 고로슬래그를 레미콘 혼합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하자 촉발돼 올해초 슬래그가 레미콘 혼화재로 기술표준원의 정식 KS인증을 받자 본격화됐다.

철강 제조과정중 용광로에서 나오는 암석 성분의 찌꺼기인 슬래그는 기존에는 폐기물로 버려졌으나 분말로 만들어 시멘트와 섞으면 일반 시멘트와 같은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자원을 재활용하는 장점이 있다. 레미콘의 제작단가도 내려간다. 레미콘업계는 슬래그시멘트가 내구성과 강도가 더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콘크리트표준시방서에 고로슬래그는 분말의 상태, 혼합량, 시멘트의 성질 등에 따라 콘크리트의 품질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실공사가 우려된다’며 반대해왔다. 슬래그의 대체로 인한 시멘트 소비량의 감소도 반대의 이유.

슬래그 활용에 기대

산업자원부는 슬래그의 사용여부와 관련해 올해 5월 레미콘 KS규격을 개정ㆍ고시했다. 새 규격은 혼화재료와 골재에 슬래그를 종류별로 명시했다.
산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된 규격은 미국ㆍ일본 등 외국의 규격에도 부합한다. 강도가 높은 45 및 50 N/㎟을 새 규격품으로 규정했다.

고로슬래그미분말(KSF2563), 동슬래그(KSF2543), 연슬래그(KSF2583)를 레미콘에 혼화재료 및 골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경보호 및 골재 부족난의 해소에 도움을 주고, 레미콘 납품서에 플라이애시, 고로슬래그 미분말 등을 혼화재료로 사용할 경우 구입자의 승인은 물론 그 종류 및 사용량을 기입하도록 해 제조업체 임의대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했다”고 밝히고 재활용 재료의 사용이 확대되고 더 높은 강도의 레미콘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규격은 2004년 4월 1일부터 적용된다.

공정거래위, 시멘트 담합 7개 업체에 철퇴

슬래그가 정식으로 KS인증을 받고 규격이 고시되자 시멘트의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시멘트업계는 양회공업협회와 함께 실력행사에 나섰다. 슬래그 시멘트 생산업체를 가진 대형 레미콘사에게 시멘트의 공급량을 줄여 ‘고사작전’에 들어갔던 것. 국내 최대의 레미콘 업체인 유진종합개발은 생산에 필요한 시멘트 물량의 25% 밖에 조달하지 못해 수백억의 손실을 입었다. 또한 레미콘업체인 아주산업(주)이 2002년 7월경 슬래그분말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자 7개사는 공동대응해 아주산업(주)에 대한 시멘트 출하량을 기존의 50~60% 수준으로 묶었다.

타격을 입은 레미콘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시멘트업계의 담합을 신고했다. 조사를 시작한 공정위는 5월말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라파즈한라, 현대시멘트,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7개사의 본사 및 영업 사무실을 급습해 자료와 PC를 압류했다. 담합여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한 공정위는 지난 9월 7개 대형업체와 양회공업협회에 총 260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이라는 초강수의 조치를 취했다. 이들 7개사는 98년과 2001년에도 가격담합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어 더 ‘중벌’을 받은 것. 현재 시멘트업계는 이의신청을 낸 상태다.

악수를 둔 시멘트업계

공정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레미콘 업계는 앞으로 시멘트의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멘트를 대체할 슬래그에 대한 시멘트업계의 견제가 심해 언제 다시 횡포를 부릴지 알수 없다고 본 레미콘 업계는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 나섰다. 유진레미콘은 9월 중국산 시멘트 1만톤을 수입해 기초소재(주)의 슬래그 분말 생산공장에 공급했다. 다른 레미콘사들도 9월부터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수입물량은 더 늘어나 전체 시멘트 수요량의 10%정도가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산 시멘트는 국산보다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대체품의 점유율을 걱정하다 오히려 벌을 받고 고객까지 잃은 셈.

슬래그 미분말 콘크리트의 품질

고로슬래그 미분말을 레미콘 혼화재로 사용한 콘크리트의 품질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초기 강도의 발현과 양생기간, 건조수축의 차이, 철근의 부식유무, 사용지침이 없을 시 제조사에 따른 품질의 차이 등이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를 사용한 콘크리트와 다르다. 일본도 제철회사와 레미콘 단체, 시멘트협회가 공동으로 사용메뉴얼을 정해 적정 치환율을 설정하고 특수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슬래그 콘크리트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실공사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고, 원가절감의 혜택이 레미콘 제조사에만 돌아가는 구조에서 굳이 슬래그 콘크리트를 반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요구되는 대책

현재의 KS규격은 품질만 규정돼 있을 뿐 적정 치환율이나 사용상의 주의점, 지침서 등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건축재료 전문가들도 산업부산물을 콘크리트에 사용할 때는 품질이 확보돼야만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슬래그의 활용

폐기물인 슬래그는 매립에 쓰이기도 했으나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그러나 개발하기에 따라 오히려 환경을 보호하는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철강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로 제작한 어초는 기존의 콘크리트나 강제 어초보다 바다생물의 보육효과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포항제철이 시험제작해 설치한 슬래그 어초는 98년 10월부터 2000년까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및 국립수산진흥원과 함께 그 효과를 실험한 결과 해조류의 부착이나 초기 조장효과, 해조류의 중량, 플랑크톤의 서식 개체수등이 콘크리트 어초보다 1.8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철의 관계자는 “슬래그의 활용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어초 외에 수중복토제로도 쓰인다. 슬래그의 철 성분이 굴의 성장을 촉진하고 체내 지방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성 플랑크톤과 규조류를 증가시켜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벼농사용 규산질비료로도 효과가 우수해 매년 80만톤씩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포철은 현재 강릉과 삼척, 구룡포, 사천, 거문도, 서귀포 해안에서 슬래그 어초를, 고성과 통영 해안에서 수중복토재를 시험중이다.

이 밖에도 생활페기물의 소각재에서 나오는 슬래그는 황토보다 우수한 적조제거제의 원료로 쓰인다.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재와 제철소의 슬래그에 폐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파스콘은 콘크리트에 비해 3배 이상 강도가 높지만 무게는 10분의 1에 불과하고 가격도 싸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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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21 [15:08]  최종편집: ⓒ kungi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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